빨래

by 이혜연
빨래

그런 날이 있어


어느 모임에 갔는데

쇼윈도 창 너머

갑자기

추레한 누군가

불안한 눈빛을 흔들거리며

서있어


거울 밖의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되는 거야


돌아오는 길엔

구겨진 바지와

초조하게 돌돌 말린

소매 끝 옷을 입고

추운 밤 속으로 기어들지


그럴 땐

빨래를 해

흐르는 물로

스스로 누추해진 마음을 씻어내고

방망이로 툭툭 쳐

불안을 깨트려버려


그리고 날이 서게 바지를 다리고

어깨를 빳빳하게 힘줘서

다시 아침이 오면

멋들어진 오늘의 나로

마주 서는 거야



도대체 언제 봄이었나요?

엊그제 더위가 왜 이리 빨리 왔냐고 투덜거렸더니 오늘은 초겨울처럼 바람이 차갑습니다.

옷을 껴입었다고 생각했는데 공원에 앉아있으니 이가 달달달 떨리고 온몸이 굳습니다.

집에 가자고 애원을 해도 축구 홀릭에 빠진 첫째는 갈 생각 없이 없다며 덥다고 외투까지 벗어던지고 3시간 넘게 운동장을 뛰어다닙니다. 인생의 봄을 맞은 아이와 가을을 겪는 늘근 에미는 같은 계절에 다른 시간들을 겪어내고 있습니다. 아이의 파릇한 봄을 꺾을 수는 없으니 어미의 계절을 늦추는 수밖에 도리가 없겠죠.

뻣뻣한 팔다리를 휘적이며 추위도 물리칠 겸 뜀뛰기를 해봅니다.

몇 개 못하고 이젠 춥고 피곤해져서 다시 집에 가자고 보채봅니다.

역시나.... 안 가신다고 하시니 다시 뜀뛰기 하는데 이젠 콧물까지..

나이는 못 속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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