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함을 아쉬워함

by 이혜연
아쉬워함을 아쉬워함


꽃이 진다고 아쉬워하는 건

열매가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음이다


열매가 떨어진다고

슬퍼하는 건

땅이 품고 있는

수많은 씨앗들이

숲을 이룰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부족해 보이는 건

내일의 나도

오늘과 같을 거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니

지나가는 것에

아쉬워하지 말고

그다음 것에 준비 없음을

아쉬워하시길.




결혼기념일 선물을 아직 못 받았다.


10주년이 되기 일 년 전부터 신랑은 선물에 관해 의견을 묻곤 했다.

어디서 초등학생입학을 앞둔 엄마들이 명품백을 들고 모임에 간다는 말을 들었는지 자꾸 명품백을 골라보라고 했다. 그런데 결혼 전부터 어떤 게 명품백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남들이 명품백이란 말을 해도 그 가치에 대해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예전 병원에 근무할 때도 밑에 후배들이 "왜 실장님은 명품가방을 안 사요?"라며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어떤 게 명품인지도 모르겠고, 모두가 들고 다니는 건 나다운 게 없어서 싫고(물론 돈도 아깝고) 결정적으로 누가 들고 다니는지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럼 열에 아홉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 된다.


엊그제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루이뷔통 사장님이란 소식과 함께 롯데 타워를 방문했다는 인터넷기사를 봤다.

그 사람을 보고 '구사마 야요이'가 동시에 떠올랐다. 함께 콜라보해서 작품을 상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리기 전에도 나는 다이소에서 그림 없는 에코백을 사서 마카로 내가 갖고 싶은 그림을 그려서 들고 다녔다. 지금 보면 어설펐던 그림도 퍽이나 소중하게 들고 다니다 지겨워지면 또 다른 그림을 그려서 들고 다녔다. 신랑에게 언젠가 나도 내 그림으로 루이비통과 콜라보하고 싶다고 하니 파안대소를 했다. 쳇!!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한 걸음씩 나아가 보기로 했다.

4월 23일부터 일산 롯데백화점에서 그림 전시와 함께 에코백과 반팔티를 판매하려고 하는데 어제 기획자와 통화하면서 수수료가 25%나 된다는 말을 들었다. 작가는 그림과 함께 제작비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자릿세, 넓게 보면 커넥트비용이 판매금액의 4분의 1이나 되는 것이다. 요즘 상식파괴자라는 책을 읽으며 커넥트의 중요성에 대해 고개를 연신 끄덕였는데 역시나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비싼 수수료지만 그림자마케팅 효과가 있을 거라 믿고 진행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진짜 멋진 기회도 결국은 한 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더 가까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운이여!! 들어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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