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시길래

by 이혜연
당신은 누구시길래



울타리 너머를 감싸고

꽃이 피었다


에둘러 쳐놓은 금단의 구역

당신은 누구시길래

그곳을 넘어

향기를 전하십니까


당신 뒤를 따라

나비도 날아드니

봄이 절정으로

만개했습니다



아이들과 강화도에 있는 고려산에 다녀왔습니다.

가끔 청계산 중턱까지 가보곤 했지만 혈구산을 통해 고려산으로 들어가는 난코스는 처음입니다.

가파르고 돌도 많고 길이 좁은 곳을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첫째 아이는 재밌다며 신나게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내려오시는 어르신들에게 날다람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재밌게 다녔습니다.

반면, 둘째는 힘들었는지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산은 왜 높아야 해?"

"높은 곳에서 보면 방향도 더 잘 잡을 수 있고 멀리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왜 산에 올라가야 해?"

"안 올라올 수도 있지만 올라온 이상 끝까지 가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니 좋지 않아?"


예전에 한참 힘들 때는 발아래만 쳐다보느라 지금의 처지만 한탄했었는데 어느 순간 문제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한 후로 문제가 생길 때면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보곤 합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마치 남의 일처럼 조망하듯 바라보며 객관화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문제에 억눌리지 않아 한결 쉽게 어려운 고비를 넘곤 했었지요. 아이에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며 손도 잡아주고 가끔 업어도 주면서 산을 올라갔습니다. 아직은 아이지만 언젠가 이런 우리의 추억을 발판 삼아 어려운 시기를 딛고 올라서는 날이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그렇게 이야기도 나누고 도시락과 과일도 먹으며 놀면서 쉬면서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아름다운 진달래 군락지가 발아래 펼쳐져 있었습니다. 역시나 힘들어도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한가운데는 꽃이 다 져서 아쉬웠는데 강화도는 아직 벚꽃도 만발해 있고 진달래도 한창이었습니다.

봄의 꿀벌처럼 꽃을 찾아 돌아다니니 아름다운 계절을 더 길게 즐기는 것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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