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꽃

by 이혜연
당신이라는 꽃


이번 생

어디쯤에서 한 번

짧디 짧은

찰나의 순간

스치듯 만났다 해도


어제를 지내고

오늘을 살았으며

내일을 꿈꾸고 살았던

그날들이

아름다웠음을

고백하노라


불어오는 바람에

향기 날리며

그대를 기다렸음을


꽃잎 한 장 한 장

풀어내어

오시는 길 잃어버리지 않도록

길을 내었음을

기억해 주시길.



큰 아이의 강낭콩이 싹을 틔웠다.

일주일이나 감감무소식이던 콩은 살며시 걱정과 두려움을 주더니 어느 밤 불쑥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놀라운 건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하루가 다르게 크는 속도가 실로 놀라웠다.

정말 '밤새 안녕하셨느냐'라는 물음이 나오게 자란다.

콩은 자신의 시간에 나온 것인데 걱정은 조바심난 어른들이 했던 셈이다.

그래서 오늘 자랑스럽게 큰 애는 학교에 자신의 전리품을 들고 등교를 하셨다.

어깨가 한 껏 올라선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당에 쪼그려 앉아 이것저것 세심히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런 습관은 세상이 온통 기적처럼 보이게 했다.

'이건 잡초야'라며 뽑아버리는 풀도 자세히 보면 어느 화가가 그어놓은 난초의 곡선보다 아름답다.

함께 자라되 다음 줄기를 위해 여유를 둔다.

아니면 다음에 나올 줄기들이 기존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해 기어코 비집고 나와 세상 빛을 본다.


한여름 땡볕에도 가끔 몰두하며 마당에 쪼그려 앉아있으면 엄마는 뭘 그리 열심히 보냐고 묻곤 하셨다.

풀을 본다든지 꽃을 보고 있다고 말하면 그런 게 그렇게 예쁘냐고 물으시며 '너는 예쁜 게 많아 참 좋겠다'라며 웃으셨다.

자세히 보면 놀랍지 않은 게 없고, 예쁘지 않은 게 없는 자연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그러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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