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떠나올 땐
잠시인 줄만 알았었지
어린 걸음으로
신작로를 걷다 보면
저 산너머
그곳이 너무나 궁금했었지
바람도 맞아보고
비에도 흠뻑 적셔보고
추운 날
발이 시려 동동거려보니
내가 그리워했던 그곳이
이곳이었다는 걸 알았다
논두렁 사잇길로
새참을 나르는 이들은 없어졌어도
여전히 모를 심고
하늘을 들이는
들판이 있는 곳
언제나 따스한
그곳
엄마가 없는 고향, 그곳엔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가는 내내 물대기해 놓은 논들을 지나쳤는데 고향 들판의 모내기 논은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 논은 누구네 것, 저 논은 작년에 돌아가신 옆집 아재네 것, 논 주인들은 하나 둘 저 세상으로 가고
이 생에 남은 건 그들이 젊은 시절부터 아침, 저녁으로 돌보던 기름진 논들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참 때 모내기는 농촌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였습니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온 들판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를 채워나갔었던 날들이었습니다.
고사리 어린아이의 손길도 아쉬워 5월 햇살에 논두렁에 앉아 모줄을 잡고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은 기계가 스윽 스윽 빈 논에 타자기 치듯 지나가면 투투투투 모가 심깁니다.
예전엔 모를 심을 때 모두 줄 맞춰 허리를 굽히고 장단을 맞춰 심어갔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랫가락에 모가 심어지는 듯 조금은 휘어지기도 하고 굽어지기도 하며 그렇게 논에 수를 놓듯 모내기를 했습니다. 요즘처럼 툭툭 심어지는 모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가 그 시절에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기억들을 뒤로하고 바깥세상 구경하러 떠나온 지 벌써 삼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을 그 시간에도 여전히 마을 어귀의 풍경은 어렸을 때 떠나오던 그 모습과 변한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고향은 언제나 포근한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