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by 이혜연
날자

갑작스레 퍼붓는

소나기도

먹물 한 방울 같은

먹구름에서 시작되고


저 너머

나비의 날갯짓에서

거대한 폭풍이 태어나

세상을 뒤집는다


아주 하잘것없는

어느 시간

우연한 만남에서도

씨앗이 뿌려지고

내일의 거목이 자라나게 된다


그러니 오늘

우리, 날자

날아오르자



부안 마실길을 걷다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밀려왔는지 가장자리가 닳아있는 수많은 종류의 조개들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형태를 가지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파도의 오고 감에 밀려오고, 채이고, 깎이다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거대한 세계가 한꺼번에 느껴져 허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 허공의 세계가 거대한 바다를 만들고 그 속에서 수만 가지의 생명을 키운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안의 우리는 얼마나 작고 때론 얼마나 거대한 존재들인지요. 작은 소라하나도 손톱보다 작게 태어나 저 거대한 파도를 품고 이겨내며 이만큼 자랐다고 생각하니 경외심마저 듭니다. 나비 또한 자신을 가두어 오직 믿음으로 나비로 환생하는 걸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람도 자기 자신에 대한 나비의 믿음과 소라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면 온 세상을 품에 안을 만큼 커다랗고 멋진 존재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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