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는

by 이혜연


있잖아, 나는

흐릿한 하늘이

무겁게 내려오는 날에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에서

달달한 까페라떼를

마시는 걸 좋아해


혼자 걸으며

바람이 건네는 소리

새가 이야기하는 것들

개미의 바쁜 걸음을 보는 걸

좋아해


텃밭에 하얗게 핀

감자꽃도 좋고

들판에 흐드러진

개망초무리를 보면

행복해져


아이들의 웃음과

작고 보드라운 팔로

나를 꼭 안아주면

세상이 너무 따뜻해


어두운 밤

익숙한 팔베개를 베고

서로의 숨소리에 장단 맞추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축복을 주심에

항상 감사해




연속으로 연휴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정작 집에 와서 감기기운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를 채우는 스케줄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서 여전히 놀이터로 출근을 하고 있죠.

놀이터 옆에 새마을문고에 가서 어제는 김혜남 작가님의 "만을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대여해 왔습니다.

마흔 살 즈음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60대의 정신과 의사시죠.

지금은 집필이나 진료활동은 못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놀이터 벤치에서 지금 한창 피어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지금 이 순간, 후회하지 않을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오늘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인생을 사는 기회가 온더라도 이 생의 날들처럼 그렇게 채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후회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채워가고 싶다는 결심도 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오늘 공감했던 말이 있습니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를

가로막은 것은 바로 나였다."


누구의 탓도 아닌 내 탓인 이유는 내 삶의 주인이 오롯이 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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