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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by
이혜연
Jul 6. 2023
그래, 그래.
덩굴처럼 휘감겨
뛰어넘으렴
초록의 잎처럼
싱그러운 아이야
피아노 건반을 뛰어다니듯
너의 발걸음에서
음악이 흐른다
다섯 손가락 안에 움켜쥔 것들이
열매가 되어 돌아오는 날까지
모든 너의 성장을
응원해 줄게
아침에 짜든, 기분 좋을 때 짜든, 화가 났을 때 짜든 아무 상관이 없다.
어느 때 짜든 오렌지에서는 오렌지 맛이 날뿐이다.
나는 오늘 썩은 오렌지 맛을 뿜어냈다.
작은 먹잇감을 노리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아침마다 집에서 전쟁이 기운이 감돈다.
둘째 똥그리와 엄마인 나는 오늘도 전쟁을 치렀다.
둘째 똥그리는 밥 먹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밥 먹다가 응가를 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첫째가 학교에 가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둘째는 만사 천하태평으로 온갖 것을 참견하고 화장실도 다녀오며 중간에 자기 어린이집 가방에 수저통도 체크하신다.
난 아주 조금 기다릴 수 있는 티라노스 맘이다.
오늘도 참고 참았다.
몇 번을 아침을 늦게 먹으면 형이 학교에 늦게 된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둘째 똥그리도 오렌지였다.
그것도 천하태평 오렌지.
점점 내 마음이 울컥울컥 화로 들끓더니 썩은 오렌지가 되어 가스가 올라왔다.
그러다 둘째가 장난치며 누룽지 봉지를 왈칵 엎었을 때 기회는 이때다 하고 썩은 가스를 폭발시켰다.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나는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씩씩대며 화장실로 가서 내 얼굴을 봤는데 거기 썩은 오렌지가 누렇게 떠서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과 같은 엄마가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잘 가꾸고 향긋하고 상큼한 자세로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자신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 나는 왜 오렌지란 말인가.
육아를 하며 내 밑바닥을 한없이 보게 된다.
간식으로 마늘이라도 먹어봐야 하나..
"그래, 그래 넌 이런 아이였지.
조금만 더 시간을 지켜서 식사를 해보자꾸나."
성경에도 '하루 7번이라도 네게 죄를 얻고 7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하라'라고 했거늘 어찌 이리 호흡이 짧은 엄마인 건지..
이제부터라도 '그래, 그래'라는 말을 쉼 없이 되뇌어보자.
그래서 다시 향기로운 오렌지 맘이 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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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매일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읽는 마음을 그리는 작가 난나입니다. 하루 한장 그림을 매일 하고 있어요. 저의 글과 그림이 위로가 되고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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