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는 건

by 이혜연
바람이 분다는 건

바람은 시작도 끝도 없이

저곳에서 시작해서

이곳까지 모든 것들을 흔들며 달려온다


그가 다녀갔다는 것은

흔들리는 나뭇잎새에서,

볼을 스치는 차가운 손길에서,

휑하게 비어 가는 가슴을 급하게 움켜쥐며

바짝 마른 어제가 거리를 헤매는 것을 볼 때

느낄 수 있다


어제의 것들이 달그닥거리며

빈 깡통처럼 뒹굴 때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음을,

바람은 다시 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모처럼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햇살도 그렇지만 바람이 잠잠하니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언제나 같은 날들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기도 하며, 펑펑 눈이 오는 거리가 펼쳐지는 등 우리는 매일 변화된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늘의 구름만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요. 바람이 마른 가지만 쳐내는 것도 아니지요. 구름이 모이면 비가 되고 비는 다시 만물들을 먹여 살리는 식물들을 키워냅니다. 바람이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으면 나무는 더 커다랗게 자라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바람이 분다는 건 변화할 때가 왔다는 거고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는 일이 되겠지요.


요즘 첫째는 배우는 것이 재밌는지 이런저런 방과 후를 많이 신청해 달라고 합니다. 태권도도 하고 싶고 피아노도 계속하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는데도 배우고 싶은 게 항상 늘어납니다. 그런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이렇게 놀이 시간이 줄어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도 잠시 해봅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버거우면 그만두겠다는 말도 할 거고 자기 시간을 더 짜임새 있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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