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첫째 한자시험 접수일이다. 어젯밤에 모의 연습도 해봤고 아이들도 서둘러 등원시키고 8시 56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고 앉아있었다. 드디어 9시 3초 전. 마음을 가다듬고 할 수 있다를 외쳤다. 그렇게 초를 다투어 엔터키를 눌렀건만 접수 창에 대기번호 79번이라는 안내창이 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부글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78,77... 56,55.. 숫자가 적어질수록 애가 탄다. 제발 내 앞의 사람들이 다른 지방에서 시험 보기 위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쯤 드디어 접수창으로 안내되었다. 서울에서 8급 시험을 볼 수 있는 곳은 서초동 시험장이 전부다. 시험시간은 9시, 11시, 2시. 얼른 2시에 접수를 누르니 이미 마감이란다. 다시 9시 접수를 누르니 이번엔 접수할 수 있는 창이 뜬다. 서둘러 카드로 응시료를 결제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어라??? 결제는 됐는데 접수가 마감이란다. 이건 무슨 일이지? 다시 접수하려고 들어가니 이번엔 모든 창이 마감이다. 씩씩대며 어문회 대표전화로 전화를 거니 접수가 몰려 결제가 먼저 된 사람들만 접수 번호가 발부되고 나머지는 환불 처리해주겠다는 어이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시험을 보기 전에 접수하기 대회를 치러 순위권 사람들만 시험을 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어이없는 시스템이었다. 시험이 중요한 것보다 복습까지 해가며 뭔가를 성취해보고 싶어 하는 첫째가 눈앞에 아른거려 더 화가 났다. 그렇게 혼자서 중이 비맞듯 혼자 불평을 중얼거리다가 차라리 내년 2월에 7급으로 정시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후 방과 후 선생님께 이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첫째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같다며 7급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험 접수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단계를 준비할 수 있어서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