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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창에 기대어

by 이혜연
그대 창에 기대어


낯선 바람에도

촉수를 길게 뻗어두고

그대를 기다린다


바닥을 두드리는

가벼운 걸음을 하나 둘 세고

지나가는 바람을 붙들어

작은 창을 두드려 본다


두터운 어둠을 걷고

언제 창을 내다보시려나

오늘도 길게

그림자 늘어뜨리고

그대 창가에 기대어

기다려본다


겨울이 한창인데도 요즘 집에선 설렘이 가득한 봄 향기가 난다.

첫째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그 아이가 온다는 다음 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첫째의 볼엔 봄꽃이 활짝 피었다. 학기 초부터 좋아하던 아이와 함께 오후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홍조빛 얼굴엔 벌써 설렘이 가득하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이의 볼에서 생기가 난다. 언제 저런 설렘을 간직하게 되었는지 기특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봄이 겨울 한 복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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