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박

by 이혜연
정박

새벽 어스름을 길어 올려

별처럼 반짝이는

푸르디푸른 생명들을 가득 담고

아침 항구로 들어선다


거기 조그만 집 몇 채

따뜻한 이야기가 두런대는

사람이 사는 마을에

밧줄을 묶고

잠시 쉬리라



머리가 어질 할 정도의 추위에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시겠다는 두 아드님 덕분에 겨울을 한껏 만끽하게 되는 날입니다. 무언가를 얻고 이룬다는 것은 때로 오늘처럼 살을 에이는 추위도,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두운 길도 걸어가야 닿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변하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도 그들을 기다리는 항구로 돌아오기 위해 새벽을 가르며 출항을 하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하루에도 매일 새로운 바다가 펼쳐집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거나 만선일 때도 있고 빈 배를 이끌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날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배는 매일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삶이 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하루하루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배가 항구에 정박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겨울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