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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 삐약 사랑 이야기

by 이혜연
삐약삐약 사랑이야기

오동통통 볼 위로

볼우물이 씰룩 쌜룩

여린 솜털이 피어난 귓불이

빠알갛게 앙증맞은 꽃잎처럼 달궈졌고나


함께 오리는 색종이 꽃들

한입씩 나눠먹는 호떡 한 조각에도

부끄러운 핑크빛이

거실을 온통 채우고 있다


삐약삐약 여덟 살

첫사랑 들아


덕분에 엄마도

간질간질 설렘에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늘은 드디어 첫째 여자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날이다. 하늘도 축복하는지 눈꽃들이 세상을 예쁘게 장식해주고 있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려고 아침에 부랴부랴 집을 치웠다. 학교 가기 전에 여자친구가 놀러 오시면 호떡을 간식으로 구워달라고 하셔서 마트에서 녹차호떡 패키지를 사서 반죽을 미리 해두고 손님맞이를 했다. 오동통통 볼주머니에 빨간 부끄러움과 흥분을 담고 걸음도 통통통, 목소리도 둥실둥실, 걸음걸음마다 흥분과 설렘의 기쁨을 튕기고 있었다. 어른들이 보기엔 별거 없는 데이트인데도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이방 저 방에서 색종이를 가지고 놀다가, 함께 책을 읽다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보고 있자니 웃음도 나고 귀엽기도 해서 놀려볼 요량으로 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 좋단다. 남자 보기를 돌 같이 했던 그 시절의 라테는 말이야~그렇게 대놓고 좋아하지 못했었단 말이야. 첫째의 설렘이 오십이 넘은 엄마의 마음을 간질이고 있는 눈 오는 12월. 그때 나의 첫사랑 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잠깐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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