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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by 이혜연
신난다

사금파리 같은 금빛 웃음이

잿빛 겨울을 가르며 간다


까르르 깔깔

아이의 웃음 뒤로

어른들의 걸음이

뒤뚱뒤뚱 어설프다


미끄럼틀이 된 세상의 길들 위로

위험천만한 어른들의 걸음과

신나는 아이들의 웃음이

저녁 그늘에 뒤섞였다


잿빛 세상이 밤새 하얀 눈꽃 세상으로 변해있던 아침.

둘째가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하는데 업고 갈까 하다가 눈썰매를 꺼냈다.

도시 한가운데 골목골목 눈이 채워져 있어 눈썰매 앞에 가방 두고 두 아이를 태워 신나게 달려갔다. 발이 미끄러워 허벅지에 힘이 많이 들어갔지만 삼삼오오 앞서 등교하던 아이들의 탄성소리를 들으니 느리게 걸을 수가 없었다. 교문에 도착하니 학교보안관 선생님이 껄껄 웃고 아이들 등교에 함께 오던 엄마들도 썰매를 보더니 빵 터졌다. 그렇게 첫째를 등교시키고 둘째와 병원에 가는 길. 골목에서 마주친 차에서 운전석 유리를 내리고 둘째를 쳐다보고 웃고, 엉거주춤 골목을 내려오시던 어른들도 좋겠다며 활짝 웃으신다. 밤새 열이 조금 있었지만 병원에 도착하니 열이 떨어져 있어 지켜보기로 하고 진료를 마쳤다. 돌아올 때는 좋아하는 핫쵸코를 사서 눈썰매에서 앉아서 먹으라고 했더니 좋다고 웃는다.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눈 오는 어떤 날을 기억하게 될까? 도시 한복판, 눈썰매는 오늘도 신나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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