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똥그리들은 자기 전에 아빠, 엄마와 씨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져주는가에 있다. 최대한 아이가 커다랗고 몸집이 큰 나를 자기 스스로 물리쳤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기 위해 두 번의 공격과 세 번의 거짓 휘청거림,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위해 조금의 긴장을 첨가한 후 넘어져줘야 한다. 성의 없이 한 번에 픽 넘어지면 아이는 분명 짜릿한 승리감보다 의심의 눈초리로 엄마, 아빠와의 씨름을 재미없어할지도 모른다. 8살 7살이 되면서 아이들은 점점 부모들의 세계를 넘어서려 하고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멀리 나가보길 원하고 안 해본 것,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자기 확장을 하려 한다. 조용히 작은 세계가 커다란 세계로 성장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이 원했던 기차여행을 했다. 지하철에서 바로 연계된 춘천행 청춘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난생처음 기차를 탄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보고 기차 중간 화장실칸에서 잡기 놀이도 했다. 물론 역무원에게 소음에 대한 주의를 받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야 했지만 아빠의 자가용으로만 여행을 해보다가 모처럼 열차를 타니 모든 게 새로워 보였던 것 같다. 작고 소중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춘천에 도착해서 점심도 먹고 꿈자람 어린이 공원에서 신나게 놀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추억이 많은 아이들은 인생을 살면서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힘을 많이 갖게 된다고 한다. 오늘 처음으로 했던 기차여행의 시간들이 아이들의 삶에 고요히 스며들어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낯선 도전을 해야 할 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