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리 날다

by 이혜연
오리 날다

이제는 날 수 없다고

뒤뚱거리며 걷는다고

끈질기게 따라오는 비웃음에도

오로지 자신의 길을 갈 뿐


드넓은 하늘을 두고

좁디좁은 강 언저리

구석진 곳에 둥지를 틀어

이제는 새가 아니라

날개 달린 들짐승이라고 수군거려도


한밤 힘차게 달을 향해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는 그는

긴 목을 늘려

하늘과의 거리를 가늠할 뿐이다



깜깜한 새벽, 축복처럼 하얀 눈의 세상이 닳고 닳아 누추해진 마음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아침. 첫째 똥그리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더듬더듬 크리스마스트리밑을 뒤졌습니다.

드디어 뭔가 있어 보이는 선물 보따리 두 개를 들고 얼굴에 흥분을 가득 채운 채 동생을 깨워댑니다. 잠이 덜 깬 둘째도 빨간 포장지에 싸인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안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합니다. 첫째의 선물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의 사인볼, 그리고 둘째는 포켓몬 도감이 수록된 컬러링북 2권. 어찌나 좋아하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하나님이 아이들처럼 삶을 살라고 하신 이유는 아마도 작은 일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에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아이를 보면 아주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며 아무것도 없는 흙장난 속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제는 낡아버린 자동차 장난감들에게도 매번 생명을 불어넣어 신나게 놀곤 합니다. 인생에서 행복의 역치는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이야 말로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해 하며 행복을 찾는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양천문화회관에서 전시를 해야 해서 그림을 가져다주고 오후에는 올림픽 공원에 가서 눈싸움을 실컷 하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니 점점 더 많은 활동을 요구해서 체력이 모자랄 때가 있지만 항상 웃으며 신나게 노는 아이들 덕분에 저도 덩달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요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