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얼게 할 것처럼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살짝 누그러진 오후. 발 끝에 닿은 흙이 얼음이 녹으며 말랑해졌습니다. 시험 기간만 되면 보고 싶은 책이나 영화가 많아지는 것처럼 아직도 문밖에 기세등등한 겨울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벌써 봄이 그립습니다.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설렘도 있고 따뜻한 햇살에 아름답게 피어날 꽃들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해가 바뀌면 나이를 한 살 더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잊은 지 오래됐습니다. 둘째가 엄마는 몇 살이야? 하고 물으면 항상 18살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7살 눈에 18살이나 51살이나 가늠할 수 없는 먼 나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둘째는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저도 제 나이가 믿기지 않습니다. 그 많은 시간을 살아왔다는 게, 그리고 다시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신기합니다. 하지만 여느 봄들과 달라진 점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매일 하며 내일을 기대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밤에 잠을 자며 내일은 무슨 반찬을 할까, 세금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까,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근심하기보다 내일 내가 그릴 그림과 글을 통해 어떻게 세상과 연결시켜볼까 하는 계획을 하며 잠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댜. 혹시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무엇을 계획하시든 모두 이루어지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