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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by 이혜연
휴식

다리를 쭈욱 펴고

몸의 무게만큼 푸욱 안아주는

낡은 소파에 기대

둘 곳 없는 시선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중력을 이겨내려 잔뜩 긴장한

종아리에서 툭

물꼬가 터지듯 피가 돈다


발가락을 꼼질대며

몸을 늘어뜨리면

그제야 발끝에 머무는 햇살의

따스한 온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첫째가 방학을 하니 새벽 4시도 모자라다.

새벽에 오늘의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 등교시키고 물감 작업을 하니 정신없이 바쁘다.

9시에 축구방과 후를 다녀오시고 10시 30분부터 놀이터에서 축구를 시전 하시는 첫째를 따라 아침부터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늘도 저녁 6시에 집에 들어왔다. 방학이라 함께 놀 친구가 없으니 내가 골키퍼가 돼야 한다. 공을 막는 척 최대한 멀리 차냈다. 그래야 일이 줄어든다. 점점 잔머리가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대로 가면 늦은 천재소리도 들을 것 같다. 아마 전국의 오십 대 엄마 중 축구를 제일 잘하지 않을까 싶다. 육십쯤 되면 시니어 여성 축구선수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들 추워서 안 나온다는 동계훈련, 더워 죽을 것 같다는 하계훈련을 매일 허허벌판 땡볕에서 하고 있으니 분명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인생 후반기의 진로가 탄탄할 것 같아 기쁘기도 하지만 오늘은 좀 쉬고 싶다. 하지만 내일부터 연휴라 전업주부인 나에겐 특근이 시작되는 날들이다. 나에게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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