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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얀 달

by 이혜연
겨울, 하얀 달

이른 어둠이 내리는

깊은 겨울밤

종종 대며 걷던 걸음들이

살얼음판을 위태롭게 지나간다


노란빛 가로등에 기댄 바람도

차갑게 식어 비틀거리면


멀리 겨울밤

둥근달

하얀 달빛 조각들을 뿌려

여린 사람의 마을을 포근히 채워주겠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처럼 달은 언제나 그 달이고,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것도 아닌데 겨울 달은 유난히 하얗고 추워 보입니다. 그렇게 하얀 달이 칼바람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위로하려고 자신의 조각들을 빛으로, 빛으로 내려보내다 그 빛이 얼어 눈꽃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면 왠지 위로받는 마음이 들어 눈이 오는 날은 괜스레 착해지고 싶은 마음까지 들곤 합니다. 어제는 좋은 사람과 황망하고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어 마음이 스산했습니다. 장작처럼 강한 불이아니라 숯불처럼 은근한 따스함이 느껴졌던 사람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모두 각자의 힘든 시기가 언제든 한 번은 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 번이 아니라 수시로 시도 때도 없이 올 때가 더 많지요. 잠깐 쉬어가고 더 단단해지라는 신호일뿐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추운 겨울밤, 오늘도 모든 분들이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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