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내가 어느 날 우연히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면 과연 나는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집은 커녕 다시 육지를 찾아 구조대를 기다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항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속도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 위치는 어디일까? 보이는 것으로는 연년생 형제를 키우는 오십 대의 경력단절녀이고 예전보다 조금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며 그림과 글을 쓰고 있지만 가끔씩 정말 내가 서 있을 자리인지 고민하는 위치에 선 사람이다.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만큼의 속도로 인생을 살게 된다고도 하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감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 두려움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고 싶은 곳으로 한발 한발 가고 있지만 가끔 내가 걷고 있는 곳이 맞는 길인지 방향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렇게 길을 잃을 경우 옛날 항해사는 하늘의 천체현상을 관측하며 길을 찾았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하늘의 뜻을 읽어낼 재주가 없어 보인다. 그저 고대 항해사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가는 방향의 수평선에서 뜨고 지는 별들을 보고 항로를 결정하는 것처럼 오늘 하루의 해가 질 때쯤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며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바다가 고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인생에서도 바람은 끊임없이 변덕을 부리곤 한다. 바람은 항로를 이탈하게 하고 배를 부술 것처럼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 시련에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바람이 없다면 배는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의 항로에서 바람은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내가 그토록 뇌과학과 심리학이 궁금하고 공부해도 이해하기 어렵고 그럴수록 더 파고 싶은 이유도 바람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첫째가 방학을 시작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상 예의 바르고 올바른 성격의 아이가 가끔 무거운 자신만의 틀을 벌써 세워두고 힘겨워하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나를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분명 우리 아이에게 어떤 형태로든 바람의 역할을 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