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은 축제

by 이혜연
작은 축제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송파구 1호이면서 아토피 특화 어린이집입니다. 처음 개원했을 때는 아이들의 식단이나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유기농으로 관리됐다는 전설 같은 소문을 들었었죠. 그래서 그런지 한번 들어가면 안 나온다고 해서 아이들이 이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됐을 때 너무 행복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깥 야외활동도 많이 하고 금요일마다 멀리 버스 타고 체험활동도 자주 갑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일주일에 두 번 영어를 배우고 햄스터나 거북이도 키워봅니다. 책 한 권으로 4주간 디베이트 토론도 해보고 한 번씩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기도 합니다. 그런 어린이집에서 오늘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하는 놀이 축제를 기획해 주셔서 아침 10시에 둘째 손을 잡고 등원을 했습니다. 신랑이 가면 좋은데 오늘 급하게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제가 갔더니 역시나 아빠들이 반이상 아이와 함께 등원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에 부모님이 함께 들어오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들입니다. 각 반을 정원 꾸미기, 음악활동, 고고학자체험, 요리교실로 꾸며놓고 아이들을 팀별로 나눠 반을 돌아가며 활동하는 방법으로 해서 질서 정연하고 즐겁게 활동했습니다. 엄마가 소고와 함께 탬버린으로 활동을 함께 하니 영 어색한지 둘째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뒤로 숨기에 바빴지만 내심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흐뭇했습니다. 요리시간엔 플라스틱 칼로 직접 소시지도 잘라서 토핑을 해놓으니 기쁨 두 배가 되어 목소리가 올라가는 둘째. 그렇게 마지막으로 피자까지 만들고 귀가하려고 옷을 입는데 작은 여자아이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오늘은 진짜 최고의 축제였어요!!"라며 아빠에게 말하는 걸 들으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아이들은 이런 작은 일들을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전시를 준비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방학을 한 첫째와 함께 긴장하며 행사를 해서 그런지 둘째 어린이집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까지 기절하듯 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작고 소중한 행복들에 항상 감사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연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