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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소리

by 이혜연
아침을 여는 소리


그림을 그리면서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좋은 점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건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어나서 약간의 명상을 하고 책을 읽다가 오늘 할 일을 목록으로 기록해 둔다. 그 후 그림을 그리고 사과와 요거트, 달걀을 준비하고 아침밥을 한다. 신랑이 먼저 출근하면 클래식이나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아직 자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살며시 방으로 들어가 몸을 어루만져 준다. 발부터 살살 마사지해 주면 작은 천사들의 몸이 꿈틀꿈틀 하며 꿈나라에서 돌아오는 신호를 보낸다. 이런 루틴을 아주 어렸을 때는 못 했지만 그때는 두 아이가 통잠을 자주지 않아 힘들 때도 많았었다. 그러다 시간이라는 묘약에 의해 밤에 통잠을 자 주는 아이들 덕분에 아침 루틴도 만들 수 있었다. 되도록 말로 깨우는 것이 아닌 부드러운 손의 감촉으로, 커튼을 밀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줌으로써 오늘이라는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 오던 일이라 아이들은 아침마다 엄마의 손길을 기다린다. 이제 조금만 커도 만지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아침마다 아이의 보드라운 몸을 만져주는 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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