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유

by 이혜연
작은 여유

바람이 들이치는 빈가지들 사이로

하얗게 나리는 눈송이들의 춤사위가

가볍게 흔들리는 겨울


따스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살포시 잡고

오늘, 우리 처음 만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는 곳과 이름은 몰라도

딸과 손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맞아, 맞아를 외치고

당신의 어제와 나의 오늘에 대해

안부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따스해진 공기가 어깨를 감싼다


당신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전시회를 하며 좋은 점은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분씩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설명해 달라고 하신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따님과 손녀 이야기들을 하고 일상의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전시 장소에 있는 카페 사장님과 청소하시는 여사님들까지 아침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다 오후쯤 되면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작품이 팔렸냐며 관심을 보여주신다. 잠깐 자리를 비우면 전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주셔서 안심하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은 그림이 모두 유화 같다며 아크릴로 그렸다고 하니 다들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들을 보여주신다. 가까이서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전시가 참 좋다. 주말을 뺀 8일간의 여정이 이제 반을 넘어가고 있다.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운동복에 화장기 없이 바삐 아이들을 태우고 자전거로 여기저기 다니기 바빴는데 요즘은 매일 화장을 하고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 그런 시간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누구의 엄마가 아닌 이혜연으로 서는 자리가 있어 가능한 일이기에 내 존재를 오롯이 느껴지기도 해서 기분이 새롭다. 이렇게 사랑받으며 즐겁고 행복하게 전시를 이어갈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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