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유명한 감기약 광고가 있었다. 눈망울이 커다란 곱디고운 처녀가 "감기조심하세요~!!"라고 외치는 광고였다.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그런데도 두 아들들은 자전거에 축구공과 줄넘기를 챙긴다. 그러고선 기어코 칼바람 한가운데 서서 축구공으로 놀고 줄넘기를 한다. 커다란 운동장에 아이들과 축구공과 줄넘기와 날 선 바람만 있다. 뼈가 시린 나는 유리문 안쪽 따스한 곳으로 피신해 있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렇게 30여분을 놀게 하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정말 춥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놀 준비가 항상 되어있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몸을 빗속으로 그대로 던져 놀았다. 그에 반해 엄마인 나는 언제, 어떤 날씨든 안 놀 준비가 되어있었다. 해가 뜨면 그늘에 숨고, 비가 오면 처마에 들어갔다. 바람이 불면 창을 잠그고, 오들오들 추운 날은 따뜻한 구들장만 그리워했다. 그래서 사는 게 재밌었냐면 그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처럼 뜨거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비와 눈이 오는 날에도 그 한가운데서 뛰어놀 때가 즐겁고 신났었다. 오늘은 한기서린 날씨에 숨었지만 내일은 나도 추위를 한껏 즐기며 운동장에서 한번 땀나게 뛰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