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

by 이혜연
낡은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

아직 바람 끝이 시큼하게 매서운 서울과 달리 뉴스에서 보도된 제주도는 이미 노란 유채가 한창인 봄이더군요. 어렸을 때 시골길을 걸어 학교에 갈 때면 남도에도 4월이 지나야 밭두렁을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나비발끝에 유채가 걸리곤 했는데 제주도는 항상 한 계절 앞서는 느낌입니다. 가끔 너무 익숙해서 다른 생각이 삐져나올 사이도 없이 정의 내려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늙은 남동생이 집에 온 저녁. 요즘 근황이야기보다 이제는 낡고 낡아버린 어린 시절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제가 미처 알지 못하던 동생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중이염을 앓았다는 것, 시골집 화장실이 무서워 급한 일을 처리하지 못해 병에 걸렸었던 이야기들은 정말 처음 들었고 그만큼 새로웠습니다. 너무 익숙한 동생이지만 그 안에 미처 헤아려주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었음에 새삼 마음이 쓰였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에 대해서 혹은 신랑에 대해서도 그냥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며 지나쳐버리는 무심함이 익숙한 것들을 낡고 추레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보다 서로를 더 깊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끼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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