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봄

by 이혜연
숨겨진 봄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어린이집 졸업을 한 이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 내 어린이 박물관을 예약해 두고 아침부터 서둘러 갔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에도 날이 춥지 않은 걸 보면 사립문 언저리까지 봄이 온 듯한데 아직 파릇한 새싹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아들 둘 엄마는 항상 신경이 곤두섭니다. 특히 동작역에서 4호선 갈아타는 구간은 에스컬레이터 각도가 너무 가팔라서 보는 것만으로 처음엔 긴장이 되는데 아들들의 장난은 장소와 때를 구분하지 않으니 독수리를 경계하는 미어캣 같은 자세로 엄마는 항상 경계태세에 돌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고 인상을 쓰고 어르고 달래서 박물관에 도착하니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인 아들들은 역시나 도착하자마자 지푸라기가 깔린 화단 안쪽에 발을 집어넣으며 장난을 칠 준비를 합니다.

바로 제지한 후 그 속에 자라고 있을 수많은 봄의 씨앗들에 대해 이야기해 줬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왕성하게 자신의 성장을 믿고 꿈꾸는 작디작은 씨앗들의 잠자리. 그 땅을 함부로 밟는다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살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혹은 처음 시작이 너무 미미해서 자신의 성장과 가능성을 피워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그 시간 끝에 봄이 있으리라 믿고 있으며 그때 아름다운 꽃들과 향기로운 열매를 준비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숨겨진 것, 혹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을 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싹을 틔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준비의 기간 동안 바람이 차고 모든 것을 얼려버릴 것 같은 냉혹한 현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겨울은 언제나 봄을 숨기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아름다운 씨앗을 자신의 마음밭에 심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봄, 세상은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고 풍성한 가을을 꿈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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