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해진 일상

by 이혜연
짱짱해진 일상

비를 눈으로 느껴본다면 오늘 비는 부들부들 실크느낌이 난다.

가느다랗고 가벼우면서 서늘하지만 동시에 따뜻하다.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해서 자꾸 우산 밖으로 손을 가져다 대본다.

어린이집을 졸업한 둘째와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서 평소보다 더 여유롭게 아침을 보내고 좋아하는 스파게티로 점심을 해주고 늦은 오후에 태권도장으로 데려다주었다. 그 사이 노란 우산 쓰고 동네 한 바퀴.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들을 탐색하며 미로 찾기를 했다. 아직 너무나 작은 아이, 그리고 아이보다 큰 노란 우산이 희미한 길 위를 가로등 불빛처럼 빛내며 걷고 있다. 친구들과 맨날 놀다가 어린이집 못 가니 심심하지 않냐고 물으니 엄마랑 함께 노니까 더 재밌다고 한다. 엄마는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져서 너무 짱짱한 하루였는데 둘째가 엄마와의 시간을 행복해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산책을 하며 중간중간 보이는 나무들을 세심히 살펴보면 벌써 마른 가지 끝으로 올망졸망 싹 틔울 준비가 한창이다. 이 나무들이 싹을 틔울 때쯤 우리 둘째도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본다. 모든 시작은 작디작은 한 점에서 싹을 틔우지만 그 끝은 실로 창대하리라 믿어보며 새로운 출발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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