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by 이혜연
창문을 열고

봄으로 난 길

창문을 열면

쏟아져 내리는 노오란 햇살에

낡은 책장도 새것인 양 반짝인다


겨우내 쌓였던 게으른 외피들이

툭툭 껍질이 깨지며

움직일 때마다 비듬처럼 떨어져 내리면

게으르고 게으른 나조차

마지막 미련이 남은 겨울의 찌꺼기들을

비로소 청소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겨울 냉대와 무관심으로 죽어버린

나의 친애하는 반려식물과

죄책감과 자책으로 짧은 이별을 고하고 나니

다시 몹쓸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며

비어버린 화분에 새 주인을 물색하게 되는


쓸데없이 분주한 봄

그럼에도 설레는 봄



학부모가 되고서 가장 바쁜 달은 3월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방과 후 수업도 다시 알아봐야 하고 공개수업과 학부모 면담까지 있는 달이니까요. 그래도 삼월 초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서로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요즘입니다. 요 근래 조금 쌀쌀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창가로 새어드는 빛이 환하고 따뜻해서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했습니다. 먼지 쌓인 책장도 정리하고 안 쓰게 된 장난감들도 일부 버렸지요. 다른 그림 찾기처럼 청소 전과 후의 차이가 별반 체감이 안 나지만 아주 미세하게 정리된 느낌에 혼자 기특하고 뿌듯함을 느낍니다.



화이트데이에 받은 사탕다발

어제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신랑의 손에 한아름 들려있던 사탕 다발.

결혼 11년 차가 될 때까지 매번 기념일들을 챙기는 부산 사나이 덕분에 아이들이 더 신났던 날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먹겠다며 제가 받은 사탕을 모조리 챙기는 두 아들 덕분에 저는 받은 기분만 내고 맛은 아이들이 볼 예정입니다.

거실을 장식하는 봄 그림

마케팅 수업에서 블로그를 꼭 하라는 당부를 여러 번 하셔서 작년 1월부터 방치했던 블로그에 오늘 처음 글을 썼습니다. 다행히 해킹을 당하거나 다른 용도로 제한을 받은 게 아니어서 기존 600명 정도의 이웃은 그대로 유지한 채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다시 시작하는 봄.

모두 행복한 날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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