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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숨어있고 싶어

by 이혜연
봄은 숨어있고 싶어

감출 수가 없는 게 여럿 있다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가슴을 옥죄며 나오는 기침도

남루한 현실도

숨길수가 없다고


어여쁜 옷을 차려입고

환하게 웃는 많은 봄꽃들 속에서

어쩐지 나는

숨고만 싶어 져


너무나 눈부신 날들 중에

나 홀로 아직 겨울인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에 자꾸

그늘로 숨고 싶어 지지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돌아

아침엔 동쪽을 밝히고

저녁이 되면 잊힌 곳까지 살뜰히 살펴

빛은 나누고 채우며 간다네


그러니 나는

잠깐 숨 고르기를 하며

그늘에 있었을 뿐




저라는 사람은 목표가 정해질 때 가장 신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항상 무언가를 꾸준히 해야만 하는 성격 탓에 벌려놓은 일은 많은데 한 가지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자 자꾸만 그늘로 숨고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친한 친구가 말하길 무슨 일을 하며 목표를 향해 달릴 때 제 목소리가 확연히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살아가는 게 신나는 모험이 되는 걸 즐기는 성향이라서 그렇겠지요. 하지만 자꾸 뭔가 더하려 하니 가끔은 혼자서 지칠 때가 있습니다. 숨고 싶은 날, 그늘에 숨어 가만히 웅크리고 싶은 날이 예쁜 꽃들이 한창인 봄날 중에라니... 조금 더 슬픈 기분입니다. 하지만 잠시 쉬는 시간을 갖어도 되겠지요. 조금만 숨 고르기를 해도 괜찮겠지요. 봄은 이제 시작이고 아직 오늘도 끝이 난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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