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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피었습니다

by 이혜연
봄이 피었습니다

아기 주먹 같은 희망을 품고

얼어버린 땅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웅크린 채 기다리고 있었는지

당신은 아실 겁니다


햇살 한 줌에

굳어버린 손을 내어

바람을 가늠해 보고

조심스레 팔을 뻗어

싹을 내밀었던 날


가시지 않은 한기에

부르르 떨며 골목 한편에서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봄이

햇노란 봄이

피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한강으로 나가려던 계획은 신랑의 컨디션 난조로 취소했습니다. 오전 내내 감기 기운으로 힘들어하던 신랑은 오후가 되니 주말에 집에만 있는 저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가까운 곳으로 잠깐 나갔다 오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에 아이친구 엄마가 말했던 경동시장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가보고 십 년이 넘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청년몰도 있고 맛집도 많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우선 시장 내에 주차장이 있어서 편했습니다. 광장시장이나 재래시장에 다닐 때는 주차장을 찾아 주변을 계속 돌았던 기억이 있어서 유료주차장이라도 맘 편히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주차장도 넓어서 편하게 주차를 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재래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예전에 삶이 무료해지면 시장에 나가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수많은 품목을 가지고 우렁찬 상인들의 소리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봄나물이었고요 늦은 점심을 먹고 갔기 때문에 군것질 거리에 눈길이 갔습니다. 신랑이 좋아하는 고들빼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음을 기약하고 살며시 다시 내려놓고 집된장과 멸치등을 사서 경동시장에 있는 소문난 맛집 남원 통닭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줄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하지만 날이 따뜻해서 아이들과 여기저기 구경하며 기다릴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삶이 살짝 지루해지신다면 활기 가득한 재래시장 투어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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