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의 당신
학부모 공개수업까지 끝나면 신학기 일정의 절반은 지나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들도 3주 차가 되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지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은 스틱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 쉽고 간단하며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평범한 날에 평범한 머리로 생각하려 하니 머리가 아픕니다.
머리도 식히고 당도 보충할 겸 자주 가는 카페에 들렀는데 못 보던 옷걸이가 있길래 당연히 손님들 옷이려니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손님이 "이 옷들 파는 거예요?"하고 묻더군요. 평소 살갑게 손님들을 살피는 사장님께서 그렇다고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할 틈도 없이 저는 몸을 돌려 사장님 얼굴을 보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 제가 에코백을 제작하고 있는데 몇 개 샘플로 갖다 놔도 될까요?"
말을 꺼내고 가슴은 벌렁벌렁, 심장은 콩닥콩닥, 부끄러움에 얼굴은 화끈화끈해졌지요.
'거절을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그래도 후회 없이 용감하게 말한 건 잘한 거야' 하는 생각으로 거절의 충격을 감소시키려 애쓰고 있는데 사장님은 웃는 얼굴로 "그래요? 그럼 가져와서 판매해 봐요."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쉽게 된다고? 하는 마음에 재차 여쭤보니 가격표를 붙여서 카페에 진열해 두라고 하셔서 벅차오르는 마음을 누르고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드린 후 신나게 가방을 가져와 진열해 두었다.
평소 단골이 많기로 유명한 카페고 사장님께서 인심이 후해서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어쩌면 운명은 길을 꺾어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는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 평범한, 3월의 목요일이었습니다.
까페에 진열된 난나의 가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