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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니?

by 이혜연
왔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벌써 엄마가 돌아가신 지 4년이 흘렀습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인이셨던 엄마는 병중에 계실 때 도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당부하셨죠. 그래도 양지바른 따스한 가족묘에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 좋아하시던 깻잎 전을 해갔습니다. 산소를 둘러보는 내내 동생이 틀어놓은 찬송가가 흘러나오고 우린 산소 주변 예쁘게 심어놓은 나무들 가지치기를 해주고 그늘에 앉아 잠시 어제처럼 생생했던 부모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고향집에 돌아와 함께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을 쓸고 닦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웃집 할머니들께 두유를 드리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더니 두 똥그리들이 신나게 골목을 뛰어다닙니다. 어쩌다 한번 오게 되는 고향마을. 올 때는 엄마와 가깝게 지낸 이웃 할머니들에게 꼭 두유 한 상자씩을 준비해 가는데 간식거리로 좋다며 항상 맛있게 드셔주십니다. 그렇게 심부름을 보내고 혼자서 마을 끝 산자락으로 가 머위, 쑥, 돌나물, 돌미나리를 잔뜩 캐와 오래간만에 마당에 불을 피워 형제들과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머위는 삶고 돌미나리는 쌈채소와 곁들이고 쑥은 밥 지을 때 넣어 향긋한 밥을 완성하고 돌나물은 초고추장으로 살짝 비벼줬더니 더없이 상큼한 봄나물 밥상이 되었습니다. 밥상을 본 오빠가 요즘 갈수록 이런 밥상이 좋다고 말하길래 저도 동생도 모두 맞다며 맞장구쳤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이 마당에서 뛰어놀던 그 아이들은 어디 가고 이제는 중년의 하얀 정수리들이 낡은 엄마의 밥상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도 엄마덕에 형제들과 얼굴을 보며 먹는 귀한 밥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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