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앞을 향해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급류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도로 위를 육교가 다리역할을 하며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었었다.
그리고 그곳에 드라마 도깨비의 삼신할미처럼 물건을 팔거나 사주를 봐주는 할아버지들이 앉아있곤 했다. 매일 퇴근 후에 그 육교를 건너 다녔던 나는 장애물 피하듯 사주 보는 할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항상 콕 집어 나를 불러 세웠기 때문이다. 처음엔 창피했고, 두 번째는 귀찮았으며, 세 번째는 미안했다.
그때는 사는 게 항상 막막했기 때문에, 한고비 넘으면 더 큰 고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의 조언도 위로도 원치 않았다. 그런 여유가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본다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불러 세웠었다. 그런 그들을 나는 항상 모른 척,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이고 피해 갔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내 퇴근길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한두 번 모른척한다고 필할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도심 한복판, 모두가 갈 곳을 정해놓은 듯 달려가는 거대한 자동차들 위에서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위태로워 보였는지 힘들었겠다, 40살까지만 버텨라, 잘하고 있다, 인덕으로 살겠다는 말들을 해주셨다. 다른 건 차치하고 사람 덕으로 살아간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었다. 어쩜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곁에서 나를 붙잡고 있어 줬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요즘 그 인덕이 다시 발휘되고 있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서 기적처럼 너무나 멋진 동아줄이 나타나 열성적으로 도와주셨고,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협업해 주신 분이 나타났으며, 호의를 베풀어 도움을 주시는 분도 생겼다. 아이들 놀이터 근처 카페에 가방을 두고 온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어제까지 3개가 팔렸다고 했다. 너무 감사하고 신나서 정산을 하며 수수료를 낸다고 했더니 그냥 단골이 돼 달라며 한사코 수수료를 받지 않으시겠다고 했다. 몇 번을 다시 말씀드려도 싫다고 하시며 가방을 더 가져와 진열해 두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 그림으로 만든 다른 에코백도 구매하고 싶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찍으셨다. 스톡작가로서 하루에 하나씩 미리캔버스에 올린 그림들도 바로바로 승인이 나서 너무 감사했다. 이제 다른 사이트에도 가입을 해서 조금 더 활로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이번주 내내 서류 작업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고생한 나를 오늘은 좀 쉬게 해 주고 내일은 텃밭에 감자도 심고 둘째가 좋아하는 옥수수도 심어야겠다.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씨앗들을 심고 있는 중이다. 나는 지금 봄에 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