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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을 따라

by 이혜연
봄길을 따라

꽃이 피었다


막다른 골목길

더 이상 길이 없는 곳에도


서슬 퍼런 유리조각으로

누군가의 손길을 경계하는

높은 담벼락 위에도


버려진 응달

서러워 울던

그 자리에서도


겨울을 이기고

봄, 꽃이 피었다



예보는 사람의 가늠 치일 뿐 자연은 자신의 속도대로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빈 가지로 햇살을 낭비하는 것 같더니 하룻사이에 환하고 아름답게 꽃이 피었습니다.

조바심 내던 기다림도 우습고, 오지 않는다 투정하는 것도 바보짓입니다.

겨울을 지낸 가지가지마다 저마다의 꽃들이 주렁주렁 피었습니다.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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