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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봄은 오는가

by 이혜연
왜 봄은 오는가


겨울 끝에 오는 건

왜 봄인가

죽어있는 것들 가운데

왜 작디작은 씨앗을 뿌리는가

웅크린 곳에

광활한 생명이 피어나고

굳어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생명의 줄기를 뻗어

이 생에 약속한 모든 것들을

오늘 만나게 되어

인연들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봄은

어제에서 온 것인가

아니면

내일로 가기 위해서인가



갑자기 날이 따스해지더니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피고 있습니다.

매화 다음에 벚꽃, 벚꽃 다음이 목련인 줄 알았는데

올 해는 목련이 지고 벚꽃이 그제야 나타나고 매화가 지는 중에

동백이 피어있었습니다.

실타래가 엉킨 것 같아도 결국은 모두 봄꽃이고

제시간에 왔다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의 생도 어제가 있고 내일이 있는 듯 보이지만

살아내야 하는 건 항상 지금,

오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꽃이 피든 지든, 바람이 불든, 봄이 오든

오늘, 스스로의 삶이 아름답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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