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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가는 길에 서서

by 이혜연
봄이 지나가는 길에 서서


꽃이 지던 날

바람이 어지간히 서러웠던지

갈팡질팡 어지럽게

봄길을 할퀴고 간다


넝마처럼

꽃이 진자리

아직도 소식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낡은 꽃잎들이

바람에 마지막 손을 놓고

꽃눈을 휘날리며

봄길에 흩어져간다



어렸을 때는 정치는 남의 일인 양 관심이 없었는데 살아가다 보면 정치야말로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신랑과 함께 오후에 투표를 하러 갔더니 예전에 투표용지를 가지고 가야 했던 것과 다르게 등록 번호와 신분증 확인만 하면 바로 투표할 수 있어서 빠르게 투표를 마쳤습니다. 그리곤 바로 주말농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운전하는 도로 위를 벚꽃들이 바람에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그렇게 아름답게 반짝이던 꽃잎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쓸려 다니며 길바닥 가장자리에 먼지처럼 쌓여있었습니다. 꽃도 사람도 지는 자리가 아름다운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주말농장에 도착해서 가지와 토마토, 오이 모종을 사서 밭끄트머리에 심어 두고 지지대로 한번 묶어주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님이신 흰 샘님께서 옥상텃밭을 만드실 때 커피가루와 깻묵을 섞고 계란 껍데기들을 함께 섞어 퇴비를 만들면 좋다고 해서 한 달 전쯤 만들어 놓은 퇴비를 밭에 고루고루 뿌려주었습니다. 에덴동산의 열매들보다 실하게 많은 수확을 하고 싶은 욕심에 맘껏 뿌렸더니 이웃 고수님들께서 너무 많이 뿌렸다며 걱정을 한가득 해주셨습니다. 퇴비에서 나오는 열이 이제 막 자라나는 싹을 태울 수 있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남동생에게 이야기했더니 퇴비를 흙과 함께 다시 갈아엎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해서 내일 다시 텃밭으로 가볼 작정입니다. 식물도 사람도 너무 잘하려 들면 실수하게 되고 좋은 것들로만 채우려 들면 탈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좋은 것도 좋은 마음도 과유불급한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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