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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반찬이 제일 맛있어요

by 이혜연
사모님 반찬이 제일 맛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마트에 간다. 가기 전에 일주일 동안의 식단을 계산하고 아이들 간식을 생각하며 반짝 세일 품목을 두루두루 챙겨 온다. 요즘은 물가안정 대책이라고 전단지 광고를 하고 일부 식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질이 조금 떨어지는 품목을 제 가격을 받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괜찮은 품목들이 있는데 내겐 검정콩이 그것이다. 500g에 2,990원!! 저번 주에 검정콩 4 봉지를 사서 그중 2 봉지로 콩자반을 만들었다. 1kg이나 되는 콩을 불리다 보니 28cm 웍이 가득 넘칠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넘실거리는 검정콩에 이웃님이 주신 집간장과 진간장을 섞어 넣고 설탕과 미림을 넣은 후 센 불에 놓고 살살 저어주며 거품이며 부유물을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중불에 한참을 저어 주다 보면 처음 물보다 반절이상이 졸아있게 된다. 그럼 약불로 해놓고 꿀을 조금 더 넣고 참기름을 둘러 준 후 통깨를 솔솔 뿌려준다. 그렇게 만든 콩자반은 단짠은 기본이요,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어린이 2명을 포함한 4인 가족이 먹기에 콩 1kg의 콩자반은 양이 많다. 그렇게 많이 한 이유는 혼자 사는 세입자분들과 나눠먹기 위함이다. 이번 콩자반은 1층 원룸에 사는 총각과 1층 상가를 운영하는 노총각분을 위한 선물이 되었다. 내 입맛에는 괜찮은 맛이어도 남에게는 어떨지 몰라 전화로 조심스레 여쭤보면 "사모님 반찬은 언제나 맛있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사실 나도 남이 해주는 반찬이 제일 맛있긴 하니 이 말은 그냥 믿기로 했다. 원룸 총각에게는 콩자반을 만든 날 바로 드리고 상가 사장님께는 어젯밤에 드렸다. 콩자반을 드리려고 전화를 했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시며 고향에서 돌아오시는 대로 연락을 준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카페에서 에코백을 판매한 금액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조금과 함께 콩자반을 드렸더니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를 건네신다. 17살 때부터 혼자 살아온 세월이 길어서인지 가끔씩이라도 함께 반찬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세입자분이 아이들 시계를 선물로 주셔서 너무 감사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 텃밭을 할 때도 시금치를 많이 심기로 했다. 그분 아이들이 시금치를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절인연에 따라 함께 한 지붕에 모여있지만 언젠가는 헤어질 인연이기에 한 번씩 맛있게 반찬이 만들어지면 조금씩 마음을 나누듯 나눠먹으려 하고 있다. 봄이 지나가는 것처럼 모든 인연들의 만남과 이별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 더 많이 웃으며 지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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