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바람이 소녀 같던 꽃들을 우수수 떨구더니 봄밤에 달뜬 진하고 야한 꽃들을 불쑥불쑥 내밀어대고 있습니다. 이제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날들이 왔습니다. 오늘 오래간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미군인 남편을 따라 작년에 캘리포니아로 떠난 그녀. 대학 때부터 항상 조용히 웃으며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더 잘하던 친구였지요. 아직 가보지 못한 미국, 더군다나 LA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언제고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오늘 경악할 만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환상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날씨, 깨끗한 해변, 그림 같은 풍경들을 얼마나 동경했었는데...
요즘 그곳에 심각한 홈리스 문제와 마리화나가 합법이 돼서 약물중독이 심한 이야기, 불안정한 치안과 다른 문제들까지 듣다 보니 보통 심각한 상황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경악한 일은 중. 고등학생들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혹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꾸고 싶을 때 부모 동의 없이도 호르몬제를 투여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일로 치면 저는 중학생 때 이미 남자로 바뀌었을 거예요. 학창 시절의 저는 진짜 남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남자가 되면 혼자 여행할 수도 있고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감사한 기회를 준 여성의 삶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삶의 중요한 부분을 결정할 시기는 언제라고 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문제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고 우려스러운 마음이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곳에서 집을 구하고 있는 친구는 여러 가지 사정들 때문에 더 고민이 많아 보였지요. 먼 타국에서 고생하는 친구를 보고 있으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서 문제들이 해결되고 안정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아크릴 아트토이 굿즈
얼마 전에 굿즈 상품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해서 받은 아크릴 등신대 스탠드입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모티브로 한 그림은 제가 많이 좋아하고 있어서 만들어보았습니다. 주문한 지 얼마 안돼서 무료배송으로 온 요 아이는 깔끔하게 프린트가 잘 되어있고 앞 뒤로 똑같이 색상이 잘 나와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