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피어나던 벚꽃도 화려한 철쭉도 들판에서 피는 망개꽃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작아질지도 모른다. 망개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녘엔 풀들도 너도나도 키자랑을 하며 자라 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꽃무더기의 조연일 뿐이다. 어렸을 때는 소 죽을 매일 끓여줬기 때문에 들판에 나갈 일이 많았었다. 가다 보면 풀숲에 보물처럼 매꽃도 피어있고 뱀딸기 꽃도 자그맣고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그리고 들판을 수놓은 거대한 안개꽃다발처럼 망개꽃이 피어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화원의 아름다운 꽃들도 이맘때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망개꽃만큼 황홀하지는 않다.
오전 내내 예약해 둔 건강검진을 하느라 지쳤는데 무심코 공원 한쪽의 망개꽃이 보였다. 한 송이씩 보아도 예쁘지만 시골 들녘에 무더기로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지천에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있음에 경외심마저 들기도 했었다. 건강검진을 하러 가면 여러 가지 검사항목을 늘리려고 하는지 이것저것 추가로 검사할 것을 제안한다. 그럴 때면 가끔 모두 다 검사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적당한 선에서 검사를 마치곤 한다. 오늘은 무수면으로 위내시경검사를 했다. 커다란 벌레 한 마리가 배에 들어와 기어 다니는 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져 힘들었지만 무사히 검사를 끝내고 돌아왔다. 건강검진을 하러 갈 때마다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내게 수많은 장기들이 있고 그것들이 정상적으로 잘 움직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별할 것 없는 내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무더기로 피어있는 망개꽃 언덕처럼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안에 자그맣고 사랑스러운 두 아들과 신랑이 있으니 사월의 언덕이 더 향기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