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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시누이가 있다

by 이혜연
나에게는 시누이가 있다

아침에 학교에서 보낸 나의 학교란 책을 둘째와 함께 보는데 갑자기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둘째는 늦은 8살인데(사실 7살에 더 가까운) 항상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사람을 졸라맨으로 그리고 형태를 잘 못 잡았었다. 눈이 워낙 나빠서 그런가 하다가도 작년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어 보이면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둘째가 가져온 책 속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온전한 사람의 형태가 그려져 있었다. 너무 놀라서 "이거 네가 그린 거야?"하고 물으니 둘째가 웃으며 학교 수업시간에 그렸다고 한다.

이렇게 온전한 사람을 그릴 수 있다는 놀라움과 지난겨울보다 진일보한 모습에 바로 사진을 찍어 시누이에게 전송했다. "둘째가 그렸어요.^^"

둘째가 그린 그림


아이들 등교시간 이후에 손위 시누이가 잘 그렸다며 칭찬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 나는 바로 전화를 해서 둘만의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4살 차이는 사주도 안 본다는데 나와 시누이는 자주 한 시간 이상씩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주제는 천차만별이고 가끔 한 이야기 또 하면서 반복 재생할 때도 있다. 아이양육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젊은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사고가 유연하신 편이다.


손위라서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가끔씩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누이가 계셔줘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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