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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이유

by 이혜연
작은 것들의 이유

살다 보면 큰 것들보다 작은 것들에 이유가 있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인생의 의미 이전에 오늘 함께 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기쁨이 먼저이고 커다란 목표 이전에 오늘 끝내야 할 일들을 차근 차근히 되짚어 마무리해야 한다.

일요일에 아이들과 어린이 대공원 놀이터 근처에 탠트를 치고 놀았었다. 우리 텐트 근처에는 오래된 모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나무가 만들어내는 곡선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이들 어릴 적부터 항상 텐트를 쳐오던 곳인데 올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곤 한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도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에 앉아있으면 시원하게 마음을 식혀줄 때가 많다. 작디작은 나무였을 텐트 오늘, 그리고 또 오늘을 그 자리에서 꿋꿋이 버텨오며 커다란 고목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도 충실히 오늘을 엮어가다 보면 내일엔 저 나무처럼 커다란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월의 가벼운 바람에도 흩어져버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오늘을 허비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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