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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by 이혜연
정갈하게

요즘 아이들 방과 후 수업을 학부모 참관으로 하고 있다. 오늘은 첫째 그림 수업과 둘째 보드게임하는 모습을 보러 학교에 다녀왔다. 등하교 때는 집에서 대충 입고 다니지만 수업을 위해 갈 때는 옷차림부터 신경을 쓰게 된다. 학부모도 긴장되는데 학부모와 학교관계자분들까지 모두 참관하는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는 그야말로 입이 바짝 타 들어가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어제 생명과학 수업과 오늘 미술 선생님은 수년간 수업을 인기리에 진행해 오시던 분들이셨다. 1시간 30분간 진행되는 수업이 기승전결로 깔끔하게 구성되고 내용을 풀어내시는 능력도 출중하셨다. 코찔찔이 천방지축 초등 1, 2학년 이십여 명을 지도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닐 텐데도 수업에 막힘이 없으셨다.


둘째가 듣고 있는 보드게임은 이번 학기에 신설된 프로그램이었다. 평소에 재밌다며 굉장히 만족한다는 둘째의 말에 기대를 한 가득하고 갔다. 역시나 풀어내시려는 내용도 좋고 준비하신 것도 많은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은 너무 많은 것을 풀어내시려고 노력하시는 만큼 긴장한 모습이 역력히 보였고 더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 듯 급하게 이것저것 꺼내시느라 번잡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


두 아이의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준비한 것들을 풀어내는 과정과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잘 전달할 수 있게 정갈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내 뒤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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