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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by 이혜연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아이들을 연년생으로 낳고 보니 두 놈 다 분유는 체질에 안 맞고 모유만 먹는 아이들인 데다가 양이 적으니 잠도 못 자고 울어대기 일쑤인 날들을 보냈었다. 두 아이다 돌 때까지 통잠이라는 걸 자주지 않고 둘째는 두 돌이 넘어서까지 잠이 짧고, 아토피가 심해 거의 3년을 제대로 편하게 자보지 못한 채 홀로 독박육아를 했었다. 그 시절 두 아이를 커다란 유모차에 태우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내 초췌한 모습과 연년생 형제라는 말에 얼마나 안쓰럽게 쳐다보던지 위로의 말도 듣기 싫을 때가 있었다.

이렇게 힘든 육아를 어떻게 사람들은 셋, 넷을 낳아가며 할 수 있나 존경심을 갖기도 하고 힘겨운 날들이 계속될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었는데 어느새 우리 아이들이 9살, 8살 초등학생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 수업참관을 하기 위해 학교에 매일 가고 있는데 그때마다 성장해 있는 두 아이가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가끔 눈물이 찔끔 날때도 있다.


어제는 첫째와 둘째가 같은 시간에 다른 방과 후 수업을 들어서 두 반을 옮겨 다니며 청강을 했다. 둘째 수업먼저 참관하고 후반에 수업에 들어갔더니 첫째의 집중하고 있는 뒷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두 아이는 남편과 나를 정확히 반으로 나눠놓은 것처럼 성향이 확연하게 다르다. 사려 깊고 계획적이며 준비성이 좋고 거짓말을 못하며 눈치가 없는 아빠를 쏙 빼닮은 첫째와 감성적이며 애교가 많고 실수투성이에 성격도 급하고 눈치가 빠른 둘째는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도 정말 다르다. 보드게임 내내 나를 수시로 쳐다보던 둘째와 달리 수업에 들어갈 때 빼곤 집중하며 내쪽으로는 신경도 쓰지 않는 첫째의 도마뱀 작품이다.



첫째의 도마뱀 그림

그렇게 힘들었던 육아도, 남들이 연년생 형제라 엄마에겐 딸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제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두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며 자기 시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겁게 빼곡히 채워가는 모습이 마냥 대견하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내가 받은 복중에 두 아이와 함께 하는 가정을 이룬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하루하루 더 깊이 느끼고 감사하고 있다.

젊은 시절, 간절하게 찾던 세 잎클로버 사이의 네 잎클로버는 아이들이 있는 우리 집에서 매일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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