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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속으로

by 이혜연
그 여름 속으로


바람이 없는 날은

자전거를 타자


훅훅 숨이 막히는 날

실바람 한 줌 없이

몸을 옥죄며 녹여버릴 듯 쏟아져 내리는

저 화염 같은 열기 속을


가위로 갈라내 듯

가느다란 길 달리다 보면


그늘 하나 만들지 못하던 정오의 그림자가

자전거보다 더 길게 늘어질 때쯤

문밖에서 기다리던

가을을 만날 수 있으리라


숨이 답답한 어느 날

녹아내리는 나 자신이 두려운

그 여름 속에서

우리 자전거를 타자


잊혀버린 어제와

오도 가도 못하는 무거운 오늘

날 선 두 바퀴 위에 위태로이 앉아 울지 말고

작은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바람을 만들자


그렇게

내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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