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잠을 못 참는 편이다. 원래도 알코올 해독이 되지 않는 몸이었는데 스무 살 시절엔 객기로 동기들과 소주를 마시기도 했었다. 종강파티 때도 안 빠지고 먹었는데 그때마다 아주아주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데 그 일이 있은 후 술을 완전히 끊었다. 때는 어여쁜 스물두 살. 이제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같았던 나는 종강 파티 때 선배들이 주는 술을 받아마시고 헤실헤실 웃으며 2차로 가는 중간이었다. 여러 가지 술주정이 있겠지만 내 증상은 잠이 너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 나는 거리의 후미진 곳,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한다. 술만큼이나 못 견디는 건 너무 뜨겁거나 피곤할 때 오는 잠이다. 고등학교 때는 목욕탕에서 나온 후 계단에서 잠들어 버렸고 더 거슬러 국민학교 때는 들판 한가운데서 잠이 들어버렸었다. 어느 때고 잠이 오면 참지 못하던 일이 이어져 서른 살, 배낭여행을 떠났던 파리의 거리 한가운데서도 잠을 참지 못해 뙤약볕아래서 잠이 들어버렸던 일도 있었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몸은 지치고 의지는 한없이 약해져 숨이 헐떡인다. 이 열기를 식혀줄 그늘아래에서 오수를 즐기고 싶다.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