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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ul 11. 2024

혼자 있습니다


홀로 있음을

좋아합니다


고요할 수 있어서

바람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죄를 짓지 않을 수 있어서


나는, 혼자 있습니다



Kbs큐레이터 과정을 함께 수강했던 유별남 작가님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아카데미와 대학에서 강의하시면서도 거르지 않고 매 번 개인전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주시는 작가님을 뵙고 이야기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이 전시회 마지막날인데도 전시실이 북적북적했습니다. 한편에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서 함께 전시를 감상했던 분들과 깜짝 스몰토크 시간도 가졌습니다. 중앙대에서 사진 과정을 이수하고 계시는 머리 희끗희끗하신 분들과 전시를 빠짐없이 찾아다니시는 멋쟁이 74세 어르신까지 처음 만났는데도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유별남작가님과 국어선생님으로 퇴임하신 분께서 즉석에서 저의 시화집 <오늘을 완성한 시간 >을 구매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친필 싸인해 달라는 유별남 작가님의 말씀에 쥐구멍이라도 찾아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74세 어르신과는 시간이 맞으면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자수전에서 다시 뵙자고 약속 아닌 약속도 했지요. 전시회를 동행했던 큐레이터 이지아 님은 그림책 수업을 수강하고 싶다고 하셔서 점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처럼 <고즈넉한 소란>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감상해 보니 사진 속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고, 나뭇잎이 흔들리며 내는 강물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 한겨울 눈이 내리는 침묵 속의 소란스러움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작가님이 평면적인 사진을 3차원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종이 하나까지 고심하며 인화를 했다는 말씀에 작품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느껴져 더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늙은 감나무를 찍기 위해 그 나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폭설이 내리는 날을 기다려 무려 5번이나 찾아가 겨우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은 작가님께서도 애정이 깊어 <엄마>라는 제목을 붙이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의 감상과 근황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오늘의 만남에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엄마>
<고즈넉한 소란>
<혼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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