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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날에 바람을 묻다

by 이혜연
뜨거운 날에 바람을 묻다.

한 해의 가장 더운 날들의 문이 열렸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지붕으로 만든 그늘밑에 납작 엎드려 숨어있어도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주체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뜨거운 날

그럼에도 저 태양 밑을 쉼 없이

날아오르는 새에게

흐느적 늘어져버린 거미집 사이로

흔적도 없이 바람이

살짝 스쳐갈 때에도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을 거란 오래된 약속을 믿으며


뜨거운 날

지친 바람에게

그의 길을 묻습니다



조양방직 카페 통창으로 보이는 여신상 뒤로 오래된 나무들이 굵은 초록을 펼쳐두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조각상 어깨와 발치에 먹이를 뿌려두었는지 새들이 쉼 없이 나무와 조각상을 오가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워 한없이 보게 됩니다. 한 번씩 일제히 날아오르는 새들 덕분에 바람이 없어도 나무는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바람을 만드는 평화로운 오후.

살면서 행복이라는 것도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복날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하루종일 공기가 뜨겁습니다. 모두 건강조심하시고 뜨거운 것에 굴복하지 않고 복이 주렁주렁 열리는 복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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