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요란한 비가 내리더니 까무룩 잠든 새벽녘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천둥소리에 자다가 깜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저대로 몇 번 더 천둥이 울리면 땅이 갈라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살짝 두렵기도 했지요.
예전엔 이렇게 요란한 천둥보다 더 무서웠던 건 새벽에 울리던 전화벨소리였습니다.집안의 가장으로 있었던 20대와 30대엔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왔는데 새벽에 오는 전화는 털이 쭈뼛 곤두설 정도로 두려움을 몰고 왔습니다. 부모님의 응급실행도, 집 안의 안 좋았던 일들도, 휘몰아치는 비를 몰고 오는 천둥처럼 그렇게 머리와 가슴을 때리며 작은 삶을 난파시키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마흔에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함께 상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안도감과 밤에 꼭 안겨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안정감이 너무 좋았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일 때 신랑이 잠잘 때 전화기를 꺼놓는 걸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전화가 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전화기를 꺼놓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24시간 긴장을 한채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던 나와 달리 잠잘 땐 잠을 자고, 일어나서 일을 처리한다는 남편이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런 대범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에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계속 경계태세를 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저의 방법보다 그때그때의 시간에 충실하고 문제가 생기면 한 발짝 물러나 세세하게 살피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신랑의 방식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걸 방법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저도 잘 때는 되도록 무음으로 해놓거나 전원을 꺼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버릇하니 새벽녘에 천둥소리에 놀라 깨버린 잠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이어 잘 수 있었습니다. 잠깐의 천둥소리, 홀로 깨어있는 밤, 깊은 어둠이 더 이상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요일반은 무료수업 참석하신 분들이 계셔서 정원이 찼습니다. 각 반 6명까지 가능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