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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피는 여름

by 이혜연
채송화가 피는 여름

떠나온 고향 뒤편에 남겨진 것들이 눈에 밟히는 상경길.

낡아버린 옛집과 허물어질 듯 비스듬한 담장 밑에 피어있던

봉숭아와 채송화들.

누가 있어 씨를 뿌린 것도 아니고

목마를 때 물을 준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그 자리에서 무더기로 피어나

주인 잃은 마당을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떠나왔으니

몇 달 후에나 잠겨진 대문을 열고

여린 추억을 가진 누군가가 찾아오겠지만

그사이 채송화는 환하게 피었다 지고 다시 피었다 지며

그 자리 그대로 아름답게 꽃 피워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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