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Sep 19. 2024

네가 필요해

네가 필요해


안녕하세요, 요정님. 

요정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요정님을 알고 있었어요. 

저 밑에 사거리, 구둣방할아버지네 건물 올리기 전에 밤마다 예쁜 구두 만들어주셔서 입소문 타고 SNS로 유명해져서 결국 말년복 터져서 할아버지 재작년에 사거리 코너에 건물 올렸잖아요. 


그전부터 어딘가에 계실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했지만 저는 정말 욕심 없이, 사심 없이 요정님이 보고 싶어요. 

함께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혹시 측은한 마음이 드신다면 당신의 작은 요술봉으로 추석 맞이가 끝난 저희 집의 상태를 좀 정리해 주시면 어떨까요? 


이불빨래도 해야 하고, 정신없이 꺼내진 온갖 살림살이도 다 정리해야 하는데 제가 어제부터 몸살감기 기운이 있어요. 그리고 갱년기 증상으로 이 늦더위를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요. 청소를 하기엔 정말 무자비한 날씨랍니다. 제가 건물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사지육신을 마냥 놀리려는 것도 아닌 거 아시죠? 제발.... 한 번만 왕림해 주세요. 요술봉으로 휘리릭~~ 아시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